창업한 지 1년 4개월이 되었어요.
그 사이 우리는 사무실을 두 번 옮겼어요.
처음 문을 연 건 판교였어요.
스타트업이라면 한번쯤 거쳐 간다는 그곳에서 시작했고, 올해 초에는 용산으로 옮겼어요.
그리고 지금, 마침내 공덕에 자리를 잡았어요.
이번엔 공유 오피스가 아니에요. 오롯이 우리 회사만의 공간이에요.
집기들도 얼마 전에야 다 들어왔어요 (비록 당근이지만).
책상, 파티션, 의자, 복합기 하나하나 자리를 잡는 걸 보면서 이제야 진짜 시작이라는 실감이 나더라고요.

솔직히 말씀드리면, 지금 우리가 가진 자금으로는 이 정도 규모가 최선이에요.
더 크고 번듯한 공간을 갖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어요.
하지만 욕심을 부리기보다는, 지금의 우리에게 맞는 옷을 입기로 했어요.
허세보다 지속 가능함이 먼저니까요.
다행히 공덕역에서 걸어서 1분이에요.
이 한 가지가 이렇게 큰 위안이 될 줄은 몰랐어요.
직원들이 출퇴근 부담 없이 다닐 수 있다는 것, 늦은 저녁까지 일하다가도 집에 편히 갈 수 있다는 것. 이게 얼마나 고마운 조건인지 이제야 알겠어요.

공덕동이 은근히 재미있는 동네예요.
스타트업을 위한 지원시설이 생각보다 많고, 그래서 비슷한 처지의 초기 스타트업들이 꽤 모여 있어요.
대기업들도 가까이 있고, 식당도 많고요.
점심시간에 잠깐 나가면 누가 봐도 창업자인 사람들이 눈에 띄어요.
서로 모르는 사이인데 괜히 동지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어요.

요즘은 사업계획서를 계속 다듬고 있어요.
쓰고, 고치고, 또 쓰고, 또 고쳐요. 끝이 없는 일 같아요.
그래도 한 줄씩 단단해지는 게 느껴져서 멈출 수가 없어요.
그리고 드디어, AC와 VC 분들을 만나기 시작했어요.
태어나서 처음으로 IR DECK이라는 것도 만들어 봐요.
한 장 한 장, 우리가 걸어온 시간과 앞으로 가려는 방향을 옮겨 담고 있어요.
잘 정리되고 있는 건지 아직도 확신이 안 서지만, 그래도 계속 두드려 보고 있어요.
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어요. 솔직한 마음으로요.

저 화이트보드에는 요즘 우리가 고민하는 것들이 빼곡히 적혀 있어요.
지워졌다가 다시 쓰이고, 또 지워졌다가 다시 쓰여요.
아마 이 과정 자체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일 같아요.
돌아보면 1년 4개월,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에요.
모두가 합심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.
바로 직전 모빌리티 창업 멤버로 일할 때보다 지금이 훨씬 일이 많아요.
체감상 두 배, 세 배는 되는 것 같아요.
그런데 이상하게도, 힘든데 나쁘지가 않아요. 우리가 만든 회사,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팀이라서 그런가 봐요.
오늘도 공덕의 우리 사무실에서, 계속 가보려고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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